내가 찍은 사진 그것은 나의 양심이다
신문 앞표지에 이러한 글이 실린 걸 보았다.
"기억하기 전에 기록한다는 말에 비유되는 디지털카메라의 위력이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미군의 이라크 포로학대 파문에 더욱 빛난다.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기사에서
미군병사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디지털카메라와 인터넷 e-메일이 이라크 포로확대
사진확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포스트는 이날 "자체적으로 추가 입수한 1000여 장의 이라크 사진들을 포로로 보이는 사람
이 발가벗겨진 채 바닥에 엎드려 있는 모습과 머리에 두건을 쓴 채 문이나 침대에 손이
묶여 있는 모습 등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문화권력과 유희의 도구 사이를 넘나들며 사랑 받기 시작했던 디지털카메라와 인터넷의
조합이 세계적으로 미국을 고립시킬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를 위해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이토록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으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발가벗겨진 채 찍힌 사람들은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물론 저널리즘 사진을 추구하는 보도사진가나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연출되지 않은 포로학
대 현장을 찍어 보여주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와 또 다른 해석이 있을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크게 이슈화되지 않은 작은 것들이지만, 개인의 삶과 인생에 커다
란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내가 무심코 찍어 인터넷이나 매체에 보여준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하여 타인이 고통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촬영하여야 한다.
특히 돈 때문에 일부러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으며 지금도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내가 찍은 사진은 나의 책임이며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그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으며 또한 타인의 고통을 내가 대신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비양심적인 촬영은 사라져야 하며 그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지막 양심이다.
사진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자유스러워야 하지만 어떠한 목적에 사용되느냐에 따라서
커다란 논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항상 촬영에 신중하여야 한다.
출처 : 사진을 잘 찍는 55가지이야기
저자 : 장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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