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란 무엇인가?
현대를 영상의 시대라고들 한다. 영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멀티미디어, 각종 컴퓨터게임기, 등등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영상매체들이 우리들의 눈을 유혹하고 있다. 이러한 영상매체들 사이에서 19세기의 가장 혁명적인 발명중의 하나인
사진술이 최근에 들어와서는 일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
1839년 사진발명 이후로 가장 보편적인 사진술로 자리잡아온 은염사진술을 대체할 만한 기술적 진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비은염 디지털사진술인데, 이 신기술은 컴퓨터 정보 처리적 접근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디지털 사진술은 이미지를 디스켙에 담아서 변형, 수정, 분류, 보관, 할 수 있으며 이미지 검색이나
활용 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다소 고전적인 영상이라 할 수 있는 사진이 우리에게 주는 매력은 무엇이며 다른 영상매체와
또 다른 사진의 독특한 특징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 사진이란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카메라의 기계적 과정과 필름과 인화지의 화학적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인화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 사물의 형상이 나타난 결과물이며 좀 더 어렵게 이야기한다면 물리와 화학, 시간의 이동,
사람이나 사물, 사회적 사건들 그리고 거기서 벌어졌던 일의 가상에 관계된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답은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사진약품을 사용하여 인화하는 것만 빼고는 디지털카메라에서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사진은 일체의 정보와미학, 정서 등과 관련되어 있다. 사실 훌륭한 한 장의 사진에는 이 세 가지 요소 모두가 함께
드러난다.
바로 이러한 혼합체적 성격 때문에 사진이 그토록 매력 있어 보이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사진이란?
저 만치서 벌어졌던 장면을 이차원의 공간 속에 빛의 조직을 통해 재현해 내는 한 장의 감광 처리된 종이이다.
사진은, 사진으로 재현된 소재가 실제 하지 않고서는 만들어 질 수 없으며 또 과거에도 그렇게 만들어졌을 수
없었으리라는 사실의 한 표시인 것이다. 아마도 사진의 바로 이 같은 속성 때문에 몽상적인 사진제작이 항상
예술사진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보도하고, 확인시키고, 기록하는 카메라의 기능적 가능성들에 대해 우리가 그토록 굳게 믿게끔 되는
데에는 카메라의 현실에 대한 특권적인 관계가 성립된다.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달리기
경주에서의 최종승부, 또는 범죄 용의자에 대한 신원확인을 위한 수배용 사진 등에서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사진은 육안이 본 것을 기록하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것을 가장 유사하게 재현해 내기는 하지만,
정확히 우리가 본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재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카메라의 눈은 인간의 눈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특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보는 대상의 선택문제이다. 우리가 사물을 본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눈의 물리적
행위가 아닌 뇌의 인지 기능이다. 다시 말해서 물리적으로 우리의 눈이 어떤 사물의 빛을 받아들였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인식하지 않으면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우리가 보는 대상 중 하나의 대상에 의식을 집중하다 보면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현상이 그러한 예이다.
카메라는 렌즈의 일정한 화각에 들어온 모든 대상을 무차별적으로 기록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가까이 에 있는 대상은 크게나오고 멀리 있는 대상은 축소되어 나온다.
자신이 실제 보았던 어떤 대상이 주변을 둘러싼 다른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전혀 다른 의미로 사진에 나타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 초보자들은 사진을 찍을 때에는 크게 보이던 사람이 실제 사진을 뽑아 놓고 보면 누구인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보이는 그런 현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은 바로 육안과 카메라의 눈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듯 사진은 우리가 보는 외부의 대상과 사물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아니라 엄격한 광학적 원리에 따라 스스로의
방법으로 사물의 외관, 더 정확히 말하면 사물에 반사되어 나온 빛을 기록하는 장치이다. 따라서 사진의 존재는 단순한
인간의 눈의 연장이 아니라 인간에게 사물을 보고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인간시각 자체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진에 있어서 광학적, 기계적 처리과정은 그것을 형성하는 기본적인 요소임과 동시에 일차적인 의미로 사진의
전부라 할 수 있다.
사진은 카메라만 있으면 간단히 만들어지며, 사진예술은 기계적 조작방법만 익히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일반의식과 오해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사실 오늘날의 사진은 오랫동안의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임이 분명하다.
디지털의 보급으로 더 쉬워진 것도 사실이다. 사진의 이러한 특성은 오늘날의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표현매체로 쉽게
사진을 이용할 수 있게하는 사진의 장점인 동시에, 사진예술의 한계를 결정하는 단점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사진은 실험과학, 상상력, 디자인, 숙련된 기술, 그리고 화면구성능력의 총체적인 결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진의 어떤 특정한 한 측면에만 매달려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해야 하며 사진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모든 부문을 폭 넓게 조망하는데서 출발하여 사진의 세계를 완성시켜 나가도록 우리 모두 힘써야 할 것이다.
출처 : 사진을 잘 찍는 55가지 이야기
저자 : 장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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